책/동화
축구의 기본은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넣는 것, 슛돌이 카르헨
곡마단주
2009. 6. 1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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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돌이 카르헨 - ![]()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지음, 이현정 옮김/비룡소 |
아이들에게 축구의 룰을 가르쳐주는 동화입니다만, TV에서 축구 중계 보면서 설명해주면 다 되는 일인데 이 책이 왜 필요한지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좀 힘듭니다.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좀 미안하므로 필사적으로 생각을 해보았는데, "아빠는 축구 중계에 푹 빠져서 아이를 상대해주지 않을 때, 축구의 룰을 모르는 엄마에게 축구의 룰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아빠가 축구를 안 보는 사람이라서 아이가 동네 축구에 어울릴 수 있도록 별도로 지식을 흡수할 경로가 필요할 경우"에 쓸 수 있는 책이겠네요. 그 이상의 의미는 제 머리로는 생각해내기 힘듭니다.
제가 이렇게 악의를 드러내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 뜬금없이 자기편 골대에 공을 차는 장면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골키퍼가 막습니다만. 차라리 골키퍼가 막지 못하고 자살골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주었다면 납득하겠습니다만, 그것도 아니면서 이 장면이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굉장히 거슬리는 부분이었습니다. 루크군에게 책을 읽어주던 저도 상황이 파악이 안되어서 흐름이 끊겼으니까요.
두번째, 아빠 vs 아이로 시작한 축구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데, 아이가 자기편을 고르는 것이 이상합니다. 아이들은 항상 더 셀 것 같은 사람, 자신을 이기게 해줄 것 같은 사람을 고르기 마련인데, - 물론 기존에 어떤 관계가 구축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를 수 있습니다만 - 이 아이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제게는 상당한 이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저자가 아이들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문제 삼고 싶은 부분은 "무승부란 양쪽 편이 모두 이긴 거란다"라는 대목이었습니다. 패배를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왜곡된 승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앞의 두가지는 사소한 부분이고, 이 부분만 없었다면 애시당초 이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승리하면 더 좋겠지만, 승리하지 않아도 그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