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설
유령인명구조대
곡마단주
2007. 3. 24. 23:50
13계단에 반해서 작가 이름만 보고 고른 책입니다. 13계단만큼 대박은 아니지만, 남들에게 추천은 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13계단보다는 사람을 좀 더 고를 책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자살한 사람들의 유령이 자살에 대한 벌로 100명의 자살 기도자를 막아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들의 이력과 해야하는 일의 연관성에서 13계단과의 공통점이 보입니다. 초반 50페이지 정도 보면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팍 오는게 작가의 필력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자살에 대한 동기가 다양한만큼,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기 보다는 몇가지의 주제가 나열된 형식입니다. 우울증, 경제문제...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슬픈 것은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어느 사회나 가지고 있는 문제라던가, 자본주의의 한계라던가하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학습하는 능력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해집니다.
이 책은 뭐랄까 카운슬링 서적 같은 느낌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가 치료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책이라고나 할까요. 고백하자면 저는 이 책을 보면 두번 정도 울 뻔 했습니다. 울지는 않았습니다만. 하지만 솔직히 돌팔이의 진단같은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게는 약이 된 것 같기는 합니다만.
예전에 "왜 나만 우울할까"라는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그 책은 별로 도움이 안되었던 반면 오히려 이 책을 그 때 보았다면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 책 내용은 이제 잘 기억이 안나는지라 - 도움이 되었다면 기억하겠지요. - 구체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13계단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작가는 나름대로 열심히 조사하고 공부한 모양입니다. 이 책은 참고 문헌도 빼놓지 않고 번역을 해주었군요. 그래도 원래 영화쪽 일을 하던 사람인지라, 이 책의 에필로그는 매우 영화적인 느낌의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 에필로그가 굉장히 함축적인지라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기록해두자면, 저는 이 책을 잘 모셔놓았다가, 은퇴하고 늙어서 더 이상 내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고 느껴지는 날이 오면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