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불변의 법칙

2007. 8. 20. 00:53
의사결정 불변의 법칙 - 2점
데이비드 A. 웰치 지음, 권춘오 옮김/청년정신

제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아닌지라, 이하의 이야기는 책 전체를 놓고보면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곳까지에서는 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읽으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은 물론 있지만, 더 읽어서 무언가를 얻을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으므로 더 읽지 않겠다는 "의사 결정"을 저는 했습니다.

저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릴 때는 항상 반납 서가 - 기계에서 반납처리를 한 후 이 곳에 책을 꽂아두면 사서가 제 위치로 이동시킵니다. - 를 뒤져봅니다만,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습니다.

후루룩 살펴보니, "현명하지 않아도 방법만 알면 올바른 의사 결정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내용인 듯 하여 흥미를 느껴서 빌려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읽어보니 제가 기대한 내용과는 맞지 않고, 너무 뻔한 이야기더군요. 의사 결정에서의 어려운 부분은 복수개의 선택가능한 항목을 어떻게 평가해서 비교하느냐 하는 것인데, 역시나 이걸 날로 먹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읽지는 않았지만 살펴보니 뒤에 확률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부분 정도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가에 있어서 부족한, 또는 불확실한 정보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아마도 지혜에 해당하겠지요.

이 책에서 물론 올바른 조언들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조언들을 보고는 무언가를 배울 수준이라면 좀 곤란하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기본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물론 인정하겠습니다만, 올바른 성인이라면 행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다가 중단한 것은 내용이 뻔하기 때문이 아니라 재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살펴봐도 극초반의 서술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급속하게 재미가 없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쉽거나, 하찮은 일과 관련된 의사 결정에서는 '특별한 목적을 갖고 있는가?'라고 질문할 필요가 없다. 목이 말라 음료수를 마시고 싶을 때, "내가 갈증 해소를 원하는 이유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려면 편의점이 아니라 티베트 산중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도 이 정도의 센스는 있는 저자인데 말입니다. 책을 쓰는 도중에 센스가 바닥이 난 것일까요.

이 책의 원제는 Decisions, Decisions, The art of effective decision making입니다만, 불행히도 art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써놓고 보니 영어권 사람들이 art라는 단어에서 받는 느낌이 저와는 다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 같기도 하군요.) 이게 왜 "의사결정 불변의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보면서 했는데, 이 글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게 기본적인 것들인 만큼 "불변의 법칙"이 맞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의사결정 불변]의 법칙"으로 잘못 읽힐 소지가 다분한 제목인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 불변]의 법칙"이라는 심리학 책이 나와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 사람이 한번 한 결정을 관철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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