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난감 기업의 조건

2008. 5. 1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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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은 꽤 좋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책을 안사고 빌려서 보니 미묘하게 유행에 반 발자국 정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기대한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 말고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평을 하자면, 책을 펼쳐서 후르륵 넘겨보시고, "모르는 고유명사가 너무 많다"고 생각되시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고 /* 그렇다고 말리지도 않겠습니다만 */ 그렇지 않다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충분한 사전 지식이 없는 분은 쏟아져 나오는 고유명사에 지쳐서, 이 책의 맛을 충분히 감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평균적으로는 70년대생까지는 잘 통하고, 80년대 중반 쯤 되면 썩 재미있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뒤에 붙어있는 베타리더 분들의 서평 중에 "성공기업의 딜레마"라는 책과 비교하신 분이 계시는데, 이 책이 그 책보다 좀 더 사례중심적이라는 평은 아마도 그 책에 나온 기업들이 서평 쓰신 분께는 이 책에 나온 기업들보다 덜 친숙했다는 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고 근거없이 추측해봅니다.

무엇보다도, 일반적으로 남을 까는 내용은 대개 재미있습니다만, 까이는 대상을 잘 알 때 그 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법입니다. ;p

저는 쿼트로로 물리실험 데이타를 정리하고, Borland C++로 처음 상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BeOS를 정품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라 이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은 과거의 기억들을 다시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저랑 비슷한 기억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그런 잊혀져간 것들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이 책을 통해서 찾아보시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것 하나는 저자의 넓은 업계 경험이었습니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니 납득이 갑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찌질대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번역되어 세계에 팔리는 책이 그런 경험없이 나올 수는 없겠지요.

이 책에서는 기업들의 닭짓 사례를 다루고 있을 뿐, 그 닭짓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도 만병통치약 적인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에 아쉬움을 느끼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 끝 부분에서 저자도 이야기를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방법 따위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게 있으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릅다고 평화로울까요.

그런 불변의 진리가 없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최소한 이런 구체적인 사례들을 배워서 "똑같은 닭짓"을 하는 정도는 피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다음 표입니다. 원래 책에는 테이블로 나와있는데, /* 키노트에서 테이블 그리는 법을 몰라서 */ 제가 차트로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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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접어든 저로서는 정말 가슴이 써늘해지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전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한 사례를 모처에서 들은 적이 있는지라 이러한 충격을 처음 받는 것은 아니지만, 횟수를 거듭한다고 해서 그 충격의 강렬함이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40대에도 채용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정진해야 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조금만 쓰자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한 사례"라고 적어놓으면 꽤 부정적인 인상을 줄 것 같습니다만, "관리자가 자신의 관리 역량을 벗어나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고 하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것만으로 꽤 긴 토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평균적인 관리 능력이 향상되도록 업계 자체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제 마음 속에서의 결론 /* 또는 이상론 */ 이라는 정도만 쓰고 마치겠습니다.

"관리자가 자신의 관리 역량을 벗어나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써놓고 보니 "A급 인재는 A급 인재를 뽑고, B급은 C급을 뽑는다"는 이야기가 연상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대개 B급 관리자가 C급 부하직원을 제대로 관리하는 케이스는 없는 것 같더군요.

초난감 기업의 조건 - 8점
릭 채프먼 지음, 이해영.박재호 옮김/에이콘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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