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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게임은 엔딩보고 나서 평을 쓰는 편입니다만 /* 미루다가 평을 안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 Gears of War 2의 출시로 Dead Space의 플레이를 일단 중단하게 되었고, 다시 재개 안할 가능성도 있는지라 중간 감상을 적어 봅니다.

저는 원래 호러에는 심각하게 약하기 때문에, 바이오해저드 시리즈조차 제대로 플레이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데드 스페이스를 플레이하게 된 것은 회사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니 이 정도면 견딜만하다 싶은 수준이라고 생각되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남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는 것과 직접 플레이하는 것은 전혀 다르군요. 꽤 압박이 심합니다만, 일단 시작해버린지라 한동안 계속 진행했습니다. 압박도 심하고 다른 플레이할 게임도 많은지라 GoW2 엔딩 본 이후에도 플레이를 재개할지는 의문입니다.

"남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는 것과 직접 플레이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말하고 보니 생각이 났는데, 이 게임 뿐만 아니라 GoW에서도 그랬습니다만, 남이 플레이하는 것을 볼 때는 폭력 수위가 과도해서 꽤 불편했는데, 직접 플레이할 때는 참을만 하더라는 겁니다. GoW는 직접 플레이할 때는 그다지 신경 안 쓰이는 정도였고, 데드 스페이스는 그보다는 심해서 신경은 쓰이지만 참을 만은 한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게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아마도 직접 플레이할 때에는 폭력에 정당성이 부여되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저는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폭력의 정당성이라고 하니 참으로 심각한 논의가 필요한 화두처럼 보이는군요. 다만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명확한 것이 하나 있는데, 게임에 있어서 폭력의 정당성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는 폭력의 수위를 높임으로서 과연 게임이 더 재미있어지느냐 하는 것입니다. 스토리나 설정상으로 어떠한 정당성을 부여하더라도, 이게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건 과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할 때는 참을 만은 했다고 말했지만,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플레이어 캐릭터가 죽을 때입니다. 적 캐릭터를 죽일 때는 괜찮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죽을 때는 안된다고 말하면 형평성에 어긋나겠지만, 적 캐릭터의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이외의 요소에 의해서 죽을 경우에도 플레이어가 산산조각이 납니다. 제가 이제까지 여러가지 플레이하면서 플레이어 사망이 이렇게 불쾌한 게임은 처음인 듯 합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 캐릭터의 사망은 게임 플레이에서 최악의 이벤트인데, 그걸 이렇게 포장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캐릭터를 토막내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 이외의 이유는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그 이외에는 전반적으로 웰메이드 게임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요즘은 "웰메이드"라는 표현을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기존에 있는 요소를 잘 버무려서, 특별히 비판받을 만한 곳이 없게 남들 만드는 만큼은 만든"이라는 뜻으로 쓰더군요. 이게 올바른 정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의미가 잘 맞아 들어가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세부에 관해서 언급하고 싶은 포인트는 몇가지 있는데, 우선은 SF라는 설정을 정말로 잘 살렸다는 겁니다. 라이프 게이지가 그냥 플레이어 캐릭터 등에 붙어있다거나, 총알 카운터가 총에 붙어있다거나 하는 점들입니다. 게다가 맵등의 UI는 실제로 캐릭터가 보는 것 처럼 캐릭터 앞의 허공에 투영됩니다. FPS의 경우 UI를 HMD같은 느낌으로 표시해주는 게임은 있었지만, TPS에서 이렇게 표시해주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세부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또 한가지는 챕터4에서 운석 깨는 플레이 부분입니다. 이 부분 플레이감각이 너무 나쁜게, 어렵기도 하지만 반복적으로 도전해서 조금씩 익숙해진다는 감각이 없습니다. 몇번 실패하고 나면 재도전할 의욕이 안들더군요. 사실 플레이가 위치한 부분을 보면 딱 보스전이고, 보스전이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난이도지만, 그다지 보스전스럽지 않게 연출되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보스전이라고 인식하고 플레이했다면 의욕을 좀 덜 깎아먹었을텐데요.

현재까지의 플레이로는 명작은 아니고 웰메이드의 범주에 드는 게임인 것 같은데, 딱 한가지는 후대에 두고두고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바로 길찾기인데, SF라는 설정을 조금 무리하다고 싶을 정도로 밀어붙여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가야할 길이 화면상에 표시됩니다. 플레이하는 동안은 과잉친절이다 싶었는데, 이거하다가 GoW2 하니 길찾기가 매우 귀찮더군요. 인간은 역시 게으른 동물이었습니다. 장르가 SF가 아닌 게임들이 이걸 어떤 식으로 데코레이션해서 가져올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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