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토론에서 제대로된 토론을 본 기억이 없는 이 나라에서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 자체를 논하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에 빌려보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뭐랄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신이 나쁜 짓을 한다는 것을 알고 나쁜 짓을 하는 범죄자 캐릭터는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그런 자각이 없는 캐릭터는 대개 짜증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별로 악역을 연기할 의도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제목도 번역서는 "한마디 질문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논쟁기술"이지만, 원제는 "논리전에서 이기는 기술"로 좀 덜 비도덕적인 냄새가 납니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담긴 내용보다, 가상의 상황을 직접 설정하지 않고 소설 등에서 차용해왔다는 기술 방법입니다. 인용된 것은 일본 문학 작품이 많아 저로서는 '이미 읽어본 소설이어서 친근감이 든다'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인이라면 좀 다르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책을 쉽게 읽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에서는 크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부분이 있는데, "너도 똑같다"라는 논법을 이야기하면서 이차대전 당시의 일본군의 만행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몰아가는 부분입니다. 그 문제에 관해서 논쟁을 해서 이기려면 그래야 하기는 하겠지만, 그걸 책의 예제로 끌어왔다는 것은 은근슬쩍 실제로 그렇게 하기를 주장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당장의 논쟁에 이기기 위해서 이 책의 기술을 썼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이 책 스스로가 보여주고 있는 듯한 예제군요.

얼마전에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쪽이 제가 원하는 악역이 되어서 서술한 재미있는 책인 걸로 기대되더군요. 발견한 타이밍으로 볼 때 반드시 읽어보라는 누군가의 계시가 틀림없습니다. 다음에는 이 책을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한마디 질문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논쟁기술 - 4점
코자이히 데노부 지음, 김현영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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