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쓰는 키보드는 IBM의 Space Saver II. 이름 그대로 공간을 적게 잡아먹는게 최대의 장점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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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볼이 사라진 공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절반정도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게 크기가 작다는 것과, 트랙 포인트가 달려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좋은 물건이 아니라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버클링 스프링의 Model M을 최고로 치는 나의 취향에 멤브레인 키보드가 만족스러울리가 없다. 사실 구입전에 가장 걱정한 포인트는 이 부분이었는데, 의외로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할 수 있었다. 여전히 불만은 있지만, 심각한 문제는 되지 않는 상태라고나 할까. 가능하다면 러버돔 내에다가 리얼포스처럼 스프링 - 리얼포스에서는 들어있는 의미가 틀리지만 - 을 집어넣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마땅한 자재도 구할 수 없고, 모든 키에 그 작업하고 있을만큼 내가 부지런하지도 않고.
그보다는 직접 써보고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발견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트랙포인트의 버튼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다. ThinkPad의 것과 비교해보면 쉽게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데, 버튼이 너무 작고, 스트로크는 너무 깊다. 게다가 키보드 앞쪽이 비교적 얇은 편이라서, 위치가 너무 낮다. 이건 팜레스트의 두께와도 관련이 있는데, 일반적인 팜레스트를 사용할 경우, 키보드에 비해서 높아서 상당히 불편하다. 결국은 HHK용으로 나온 팜레스트를 해외주문을 해버렸는데.
타이핑 시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지만, 트랙포인트 버튼을 누르기 불편한 것은 여전하다. 키보드 아래에 무언가 받치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트랙포인트 버튼 부분이 오목하게 파져있는 팜레스트가 있으면 좋을텐데. 이 HHK용 팜레스트는 HHK에 썼다면 꽤 마음에 들었을 듯 한 물건. 가장 큰 문제는 편집키/커서키로 손이 갔을 때 팜레스트가 사라져서 위화감이 심하다는 점과, 게임할 때 손이 커서키에 고정되었을 때 받치기가 애매하다는 점 정도이다.
다시 키보드로 돌아가서 그 외의 불만은 커서키의 키캡이 좀 더 오목했어야 하고, 각도도 좀 더 수평에 가까웠어야 한다는 점.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게임하다가 손에 땀이 나면 곧잘 미끄러진다.
그리고 윈도우키의 존재도 불만.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아예 뽑아버리고 살고 있다. CTRL과 ALT가 좀 더 컸으면 좋았을텐데.
마지막으로 키보드가 너무 가볍지 않은가 싶은데. 내부에 멤브레인 시트를 받치는 금속판이 좀 더 두꺼웠더라면 키보드 무게도 적당하고, 키감도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 부분은 여유가 되면 한번 손을 대어보고 싶다.
이런 불만들이 모이다가 보니 가끔씩 키보드 매니아같은 사이트를 들여다 보면서 무언가 좀 더 좋은 물건이 없을까 물색을 하는데. 현재로서는 역시 Space Saver Model M을 구하는게 가장 이상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이상을 이야기하자면 Space Saver Model M의 테두리를 잘라내어서 Space Saver II 크기로 만들고, 트랙포인트를 다는 정도? 사실은 Realforce 89U의 영문판도 꽤 기대하고 있다. 키감 자체는 Space Saver II보다도 더 Model M과 멀지만, 리얼포스는 리얼포스대로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Space Saver II보다는 몇배 나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