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묘촌

책/소설 2007. 5. 13. 02:23

긴다이치 하지메(한국명 김전일)군한테 이름을 팔리고 있는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른 책입니다.

책 소개를 봐서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에서도 비교적 이질적인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책으로 저자의 필력은 인정하게 되었으니 번역본 나와있는게 있으면 더 읽어볼 생각인지라, 더 읽어보면 정말로 이질적인 작품이었는지 알 수 있겠죠.

긴다이치 코스케가 일본의 국민탐정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저자의 필력 덕분일 겁니다. 사실 장르 문학이 장르의 벽을 넘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역시 탄탄한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근래의 장르 문학은 너무 장르의 특성에만 치중하고 기본이 무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좋으니 아무래도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그러면서 인정 못 받는다고 투덜대지는 말아주었으며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팔묘촌은 여덟명의 패주 무사가 가진 군자금에 눈이 멀어 마을 사람들이 무사들을 죽였다는 전설과, 26년 전에 마을 사람 하나가 마을 사람 32명을 학살했다는 무서운 사건이 일어났다는 마을입니다. 주인공은 그 살인마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그 마을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예상할 수 있듯이 연쇄 살인이 일어납니다.

주인공이 코스케가 아니고, 그 주인공이 작중 화자라는 점이 아마도 다른 작품과의 이질성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덕택에 코스케는 사건 끝난 뒤에야 잘난 척하는 찌질이로 밖에 안보입니다만. 토호호. 그렇지 않아도 작은 키에 말더듬이라는 매력적이지 않은 설정인데, 하는 짓까지 저래서야 어떻게 일본의 국민탐정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책만 볼 때는 대박난 영화에 출연해서 덩달아 뜬 조연으로 밖에 안보입니다만.

전설이나 시골 사람들의 미신이 주요 소재라는 것은 손자에서도 보이는 특징인데, 할아버지는 세대가 위인만큼 좀 더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덕택에 호러로서도 평가받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어쨌거나 손자의 무능함은 할어버지로부터의 유전이었던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죽을만한 사람 다 죽고 - 심지어는 범인까지 - 나서 사람들 모아놓고 추리하는 모습을 보면 거의 확신이 듭니다. 이야기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손자와 유사한 것으로 보아서는 - 당연히 손자쪽이 할아버지 이야기 분위기에 맞춘 것이지만 - 할아버지를 답습하기 위해서는 무능함까지 답습할 수 밖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코스케는 직업이 탐정인지라, 코스케가 가는 곳에서 사건이 난다는 것은 조금 더 개연성이 있어보입니다. 적어도 이 소설에서는 무언가의 의뢰를 받고 팔묘촌에 와있었고, 결국 그 의뢰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 뒤의 해설을 볼 때는 교스케 역시 살인을 몰고 다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모양이군요. 다른 책들 읽어보면 명확해지겠죠.

덤으로 일본드라마 Trick에 육묘촌이라는 에피소드가 있다는데, - Trick은 봤습니다만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군요. - 그 육묘촌은 이 팔묘촌의 패러디라고 하니 이 소설의 일본에서의 지명도는 상당한 수준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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