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hort, 2007.12.08

일기 2007. 12. 8. 00:52
오늘은 장모님이 병원에 계시겠다고 하셔서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루크군이랑 씨름하다가 좀 전에 겨우 루크군이 잠들었습니다.

레아양을 낳은 것은 계획에 의한 것이지만, 그 계획이 올바른 것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좀 회의가 드는 요즘입니다. 낳은 자체가 아니라 시기가요.

낳는 시기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몇 살 터울이 가장 사이 좋게 자랄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두살 차이로 낳은 것인데, 임신하고 나서 보니 계획을 세울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요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두살짜리 아기에게 엄마의 임신은 너무나 힘든 시련이었습니다. 임신이 확인된 시점은 7개월 정도 전이니 그때는 한살반 정도였군요. 루크군에게 엄마의 임신이라는 건 너무나 어려운 개념이었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와서는 아기가 엄마 배에서 까꿍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만.

그리고, 임신에서 출산까지는 상당히 경이로운 과정인지라, 루크군이 한살만 더 많았더라도 상당히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직 루크군에게는 너무 어려운 과정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와서는 어쨌든 좋은 사소한 요소이지만, 한달만 늦게 태어났어도 돼지띠가 아니게 되는 건데 이게 좀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사주나 그런걸 신경 쓰는 것은 아니고, 황금돼지 띠 붐에 휩쓸려 태어난 그런 아이 취급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대입 때 경쟁자가 늘어난다 따위의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만,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하고 낳은 아이인데, 그런 말 들으면 정말로 화날 것 같습니다.

오늘 출산하는 동안에는 어머님께서 올라오셔서 루크군을 봐주셨는데, 의외로 엄마도 거의 안 찾고 말썽 안피우고 잘 놀았다는데, 밤이 되자 엄마 생각이 나는지 자꾸 저한테 "엄마?" 그러면서 물어보고, 저한테 매달리는게 참 안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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