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몰 쇼군

요즘 케이블 채널에서 The 라멘이라는 홋카이도 라멘집 기행 프로그램을 하는 덕택에 '라면을 먹고 싶어' 게이지가 가득 차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기대는 안되지만 그래도 좀 욕구를 해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가보았습니다.
 

이 사진에서는 잘 안보지이지만, 주방이 오픈되어 있다는게 나름 좋은 인상을 줍니다.

차슈면이 있길래 차슈면을, 그것도 큰 사이즈로 시켰습니다. 보통과 가격 차이는 천원이고, 면만 더 추가된 것 같더군요. 큰 사이즈로 시킨다고 차슈를 더 주지는 않는 듯. 일단 외형은 그럭저럭 그럴싸하게 생겼습니다.

우선 국물맛을 보니... 우에에엑. 역합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 숫갈. 우에에엑. 무슨 생각으로 이딴 걸 손님에게 먹으라고 내놓는 것인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면은 저 국물에 담겨져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 우에에엑. 끝맛에 무언가 강렬한 맛이 나옵니다. 나쁜 쪽으로요. 생강 맛과 비슷한데, 생강은 아닌 듯 하고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강이 저 국물과 만나면 그렇게 맛이 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차슈는 작고 얇습니다. 차슈의 두께는 취향에 따라서 얇은 쪽과 두꺼운 쪽을 선호하는 사람이 갈리는 듯 합니다만, 어느 쪽이던 크기는 큼지막한 쪽이 기분이 좋습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불평할 정도로 작은 크기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두꺼운 차슈를 선호하는 저로서는 얇은데다 크기까지 작으니 참 아쉽습니다. 게다가 저 괴악한 국물과 면의 다음이라면 차슈라도 저를 위로해주었어야 할텐데요.

계란은 풍성하게 들어있는 것 같지만, 저게 계란 반개를 얇게 썰어놓은 것이라서 실제로는 반개 밖에 안됩니다. 게다가 이건 장조림한 계란인가 보군요. 짜도 너무 짭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먹었는데, 이걸 먹으니 분노가 온 몸을 휘젓는 것이, 다른 의미에서 스태미너 식품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한 술 더 뜨는 것은 저게 무려 8천원이라는 것. 그래서 이걸 4천원이라면 먹겠는가... 생각을 해보니, 재료비를 생각하면 4천원은 납득이 가는 가격이지만, 요리하면서 재료의 가치를 깎아먹어서 4천원은 커녕 그냥 줘도 거절하겠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재료를 생각하면, "돼지를 키우고, 밀을 키운 농민에게 사과해라!"라는 마음이 듭니다.

결국은 남기고 나왔습니다. 큰 걸 안 시켰다면 그나마 좀 덜 억울할텐데, 저는 뭘 믿고 큰 걸 시켰던 걸까요. 다른 라면집과 비교하자면,

이치란(일본) >> 넘을 수 없는 벽 >> 하카다 분코 >> 겐조라면 >> 넘을 수 없는 벽 >> 쇼군

입니다. 이태원의 라멘 81번옥이나, 나오키씨의 가게는 제가 가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라멘 81번옥은 가보고 싶은데, 위치가 좋지 않아서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가 않는군요. 이태원까지 루크군을 데리고 가기는 무리고.

그나마 유일하게 칭찬해줄만한 것은 짐을 놓을 수 있게 배려를 해놓았다는 것입니다. 저런 것이라도 없으면 짐을 바닥에 놓을 수 밖에 없는 좁은 자리인지라,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저 정도 준비도 못하는 식당이 흔해빠졌는지라, 이거 하나만은 잘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걸 잘해도 맛없는 식당은 범죄입니다. 하기사 코엑스몰의 적지 않은 식당들이 맛보다 다른 쪽으로 손님들을 끌어들여서 장사를 한다는 느낌이기는 합니다만. 오무토 토마토보다 싫어하는 식당이 생길 줄은 몰랐군요. 세상은 역시 넓습니다. 이런 쪽으로는 좀 안 넓어도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