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소가 온다

2005. 6. 23. 08:59
보랏빛 소가 온다 - 10점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 외 옮김/재인

비록 훌륭한 책이라도 단 몇줄의 소개만으로 그 책의 핵심이 전달되어버리는 책이 있다. 그런 책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들이 있는데,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들은 주로 그 핵심을 실제로 실천하기 위한 가이드가 잘 제시되어 있거나, 또는 매우 재미있는 책들이다. :)

이 책은 어느 쪽인가 하면 후자에 가깝기는 하지만(이렇게 적으면 읽어볼 의욕이 반감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에서 "리마커블"의 반대말은 "아주 좋다"이다.라는 구절을 인용해본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기를.), 적어도 내가 본 소개들은 이 책의 핵심을 충분하게 소개한 글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의 핵심을 불완전하게 소개하자면 "튀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소개하자면 "남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인상적인 부분은, 제품과 마케팅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제품 그 자체가 마케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튀는 제품은 그 자체가 "남들에게 이야기할 거리"가 되는 것이다. 사실 "입소문 마케팅"에 관해서는 예전에도 책이 있었지만, "튀는 제품"과 "자발적으로 소문을 내어줄 이노베이터/얼리 어댑터"에 대한 통찰이 이 책을 "튀게" 만든다.

또 한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가장 고객의 머리 숫자가 많은 시장이 아니라,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을 타겟으로 하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터넷 뱅킹을 주로 이용하는 10퍼센트의 고객이 70퍼센트의 예금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례를 들고 있다.

이 책이 마케팅 서적으로서 매우 모범적인 것은, 이 책의 마케팅 자체가 이 책에서 말하는 방법을 충실히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김학규님 홈페이지에서 리마커블이라는 표현을 보고였다. (굳이 김학규님 홈페이지를 언급하는 이유는 서적에 있어서 김학규님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이노베이터에 해당한다고 나는 생각하고, 따라서 그 곳을 종종 들여다 보면 괜찮은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쓰도록 만들만큼 리마커블하다.

덤으로 이 책이 다른 관점에서 매우 재미있는 점이 한가지 있는데, "오타쿠"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무언가 하니, 이 책에서 오타쿠의 뜻을 설명하는 부분을 인용하면. "오타쿠는 취미보다는 좀 더하고 집착보다는 좀 덜한 그 무엇을 가리킨다. 오타쿠는 호평받는 새로운 라면 가게를 찾아 먼길을 운전하게 하는 참을 수 없는 욕구다."라고 되어있는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겠지만, 일본에서 오타쿠는 저런 성질이 아닌 사람을 가리키는데 쓰이는 단어이다. 타국의 문화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의 하나의 작은 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드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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