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F가 된다 - 8점
모리 히로시 지음/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1회 메피스토상 수상작품인지라 한국에서도 일본 소설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제목 정도는 들어보았을만한 책인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추리소설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는데, 묘하게 저 제목에 끌렸습니다. 읽고 보니 왜 끌렸는지 알 듯 한데, 그걸 해설하면 스포일러가 되는지라 참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96년 작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훌륭하다는 것입니다. 년도를 명시한 이유는 작품의 내용이 여러가지로 96년의 첨단기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생소한 개념이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에 와서는 이런 개념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우스꽝스러워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런 측면 때문에, 공대생이 아니면 과연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 중간중간에 보이는 주인공 중의 한명 - 작중에서도 공대 교수니까 아마도 작가의 분신일 것 같습니다. - 의 대학 시스템에 대한 불만 표출은 최소한 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면 공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사실 내용에 대해서는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포인트들이 적지 않게 있지만, 추리소설인 만큼 그러기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 책에서 가장 부러운 점은 이 책의 저자가 공대 조교수라는 점입니다. 패러사이트 이브의 저자 세나 히데아키는 약학 박사과정이었고, 이런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소설로 펼쳐나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은 정말 부럽습니다. 또 하나, 이런 전문적인 지식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펼쳐나감에 있어서, 자신의 지식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저자들의 능력도 부럽습니다.

그리고 이 책 읽으면서 추리소설의 공식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그건 다음 기회로 돌리도록 하죠. 그러고 보니 한국에는 환타지나 무협지는 나오는데, - 이렇게 적고 보니 환타"지"와 무협"지"가 같은 한자일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왜 추리소설은 안나오는 걸까요. 이것도 재미있는 화두가 될 것 같은데, 저로서는 짐작가는 바가 없는지라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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