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일그러진 세계 - 10점
니시오 이신 지음, 이성현 옮김/들마루

니시오 이신의 이름만 보고 고른 책이었는데, 결과는 기대한대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추리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의 차이를 이해하고, 근래의 라이트 노블의 무엇보다 캐릭터를 중요하는 경향을 용납할 수 있다면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알기쉽게 이야기하자면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TV판 결말을 납득할 수 있다면 보셔도 될 듯 합니다. 하지만 니시오 이신 입문이라면 "잘린 머리 사이클" 쪽을 권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이 책의 저자 소개에서는 제목이 "목을 자르는 자전거"로 잘못 번역되어 있습니다. 책을 보지 않고 제목만 본다면 그렇게 해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는 합니다만.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기는 하지만 추리소설은 아닙니다. 저도 충분히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현재 판단하고 있는 바대로 설명하자면, 사건의 "진실"이 중요하다면 추리소설이고, 사건의 진실의 추구과정이 도구에 불구하다면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표지에서 주는 인상과 차이없이 꽤 에로틱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Room 1301과 같은 에로 소설은 아닙니다. 사실 에로 묘사 - 읽고 나서 어디에 에로틱한 내용이 있냐고 화내시는 분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만. - 는 매우 적고 - 개인적으로는 불만입니다. - 뇌내보완이라는 상당한 오타쿠 스킬이 필요합니다만, 그래도 에로틱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후속작을 기대했는데 슬프게도 후속작이 나오지는 않았더군요. 에로 동인지가 나와있을 것은 거의 확실하니 그쪽이라도 뒤져봐야 겠습니다. 에로틱한 것은 대환영이지만, 주인공의 설정은 좀 납득하기 힘들었다는게 흠이기는 하군요. 이게 앞으로 어떻게 풀려가는지가 궁금한데 후속작이 나올 예정은 현재로서 없는 듯 합니다.

니시오 이신이 원래 그런 작가이기는 하지만, 이런 책을 보고 있자면 현대 일본인은 심각한 정신적 공황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중고등학생에게 어울리는 책을 읽고 있는 30대의 아저씨가 문제인 것일 확률도 적지 않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니시오 이신이 사춘기 소년의 정신세계 같은 내용에서 한발짝 정도만 더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그 이상 나오면 니시오 이신의 맛이 사라질 것 같고요.

번역은 별 불만은 없습니다만, - 특히 제목의 "부서진"을 "일그러진"으로 번역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 작가가 작가인 만큼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 문장이 특이한 부분이라면 뭐니뭐니해도 매우 많은 !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읽고 있는 사람을 압박할 정도로요. 니시오 이신의 다른 책과도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이걸 일본어로 보았을 때는 이런 압박감이 그대로 느껴지는지가 궁금합니다. 하지만 일본판을 구입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군요.

번역판에서 불만이라면 표지의 그림이 반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가슴의 이름표가 반전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판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제본 방향이 틀리기 때문인 듯 한데, 앞표지만 보면 제본 방향과 관계없이 그림을 안 뒤집었어도 되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책등까지 일부 이어지는 그림을 살리고 싶었나 봅니다.

그나저나 간만에 이런 장르문학들을 읽으니까 즐겁군요. 토요일에 빌린 책 두권을 벌써 다 읽어버렸습니다. 다행히도 도서관이 비교적 늦게까지 여는 모양이니, 내일은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려서 새로운 책을 빌려야 겠습니다.

'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자매 탐정단 - 거리의 아이들 대학살 계획  (0) 2007.03.21
모든 것이 F가 된다.  (2) 2007.03.18
광기의 산맥  (1) 2007.01.0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