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1 - 2점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손안의책(사철나무)

31회 메피스토상 수상작이라서 본 책입니다만 대실패.

도입부가 상당히 훌륭한 편이라서 기대를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뒤로 가면서 점점 부실해지더니 3권을 다 읽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작중의 히로인이 작가와 같은 이름이라는 것에서부터 그럴 징조가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정말로 이렇게 망가져버리니 참 안타깝군요.

이 책의 설정은 사실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8명이 이상 공간 - 아마도 누군가의 정신세계 - 에 갖혀버리는데, 이 중 한명은 아마도 2달 전에 자살한 사람인데 아무도 그게 누구였는지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자살했다는 사실 이외에는요. 문제는 이 세팅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각자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의 사건이 진행이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면서 정신과 카운슬링스러운 전개가 계속됩니다. 게다가 미스터리로서 성립하기 어려운 전개라서 만약에 범인(?)을 제대로 맞춘 사람이 있다면 그건 논리가 아니라 직관에 의해서 일 겁니다. 이 책의 반전에 있어서 제가 인정할 수 있는 힌트는 딱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범인을 알려주는 힌트가 아니라 다른 맥락의 힌트고요.

어설프게 에반겔리온 흉내내지말고 - 의도적으로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렇게 설명하는게 가장 전달이 쉬울 것 같습니다. -  스티븐 킹류의 호러 소설을 목표로 했다면 그럭저럭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왔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작 중에서도 랭고리얼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작가도 스티븐 킹 소설 나름대로 읽은 사람일텐데요. (참고로 저는 The Langoliers를 본 적이 없습니다.) 고3 때부터 대학 3학년 때까지에 걸쳐서 쓴 소설이라니 이런 물건 밖에 쓸 수 없었을 것이라는게 납득은 갑니다만, 이런 식으로 비춰지는 일본인들의 정신 세계의 공허함을 보면 참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교라도 좀 가져보라고 권해주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게 3권으로 나뉘어져 나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하드 커버입니다. 처음에는 한국 출판사의 농간인줄 알고 매우 분노했는데, 일본판도 3권으로 나뉘어져 나왔더군요. 게다가 일본에서는 동시 발매도 아니고 한달 간격으로 한권씩 나왔습니다. 한권의 볼륨도 라이트노블 한권으로 충분할 정도로 부실하고, 이 책은 초반의 흡인력을 재산으로, 그것을 갉아먹으면서 가까스로 끝까지 볼 수 있는 책인지라, 절대로 분책을 했으면 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달의 간격까지 있다니 도대체 제 정신으로 책을 내어놓은건지 궁금합니다. 일본판은 어떤지 몰라도 한국판은 하드커버라는게 더해져서 정말 욕나옵니다. 이 정도 볼륨의 책을 하드커버로 감싸놓으면 책을 잡기가 불편해지는데, 출판사 이름이 "손안의 책"이라는게 정말 역설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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