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커 스타일 - 10점
사토 유야 지음, 주진언 옮김/학산문화사(단행본)

역시 메피스토상 수상작이라서 고른 책입니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에서 너무 실망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고를 때 다른 참고할만한 기준이 없으니 저기에 의존하게 되는군요.

솔직한 감상으로 이 책을 소개하자면 '미친 놈들이 잔뜩 나와서 누가 더 미쳤냐를 겨루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그래서야 전혀 내용 전달이 안되고, '강간당한 후 자살한 동생의 복수를 하는 오빠의 이야기'가 그나마 무난한 소개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쓴 표현쪽이 더 정확한 설명일 듯.

적어도 제게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만, 또한 굉장히 가벼워서 다 읽는데 두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빌려오지 말고 그냥 도서관에서 읽고 올 걸...이라고 후회 중.

라이트 노블답게 오타쿠적인 내용이 많은데, 좀 과도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카드캡터)사쿠라라던가, (HMX-12)멀티 등이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주인공 누나가 동인녀.

에코에코 아자라크같은 단어에는 열심히 주석이 달려있으면서, 사쿠라나 마루치 - 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사전 지식이 없으면 그냥 마루치라고 읽는게 당연하겠죠 - 에는 아무런 주석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역자는 이런 쪽의 지식은 없는 듯 한데, 이런 책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란 뻔한 것이라서 주석이 없다는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비유들이야 저런 오타쿠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한가지 납득이 안가는게 "뉴욕으로 순간이동한 일본인"이라는 표현. 근래에 화제가 되고 있는 - 제 주위 뿐인가요? - 미국 드라마 Heroes의 히로가 생각나게 하는 표현입니다만, 이 책은 2001년에 쓰여진 책인지라, 이 책이 Heroes를 인용했을리는 없고, 작가의 독창적인 비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뜬금없어서 이 이전에도 일본인이 뉴욕으로 순간이동하는 내용의 이야기가 있었는지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런 비유들 아니더라도 이야기의 기본 구조가 야겜 꽤 많이 해본 사람이 아니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_-; 그런고로 읽어보실 분은 자기 책임하에. 저는 이 시리즈 - 카가미가(家) 사가 - 를 더 읽어보고 싶지만, 국내에 이 시리즈가 더 번역되어서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나 한국에서 받아들여지기는 힘든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 책 읽고 바로 찾아보았을 때는 번역서가 없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어느새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이 나왔군요.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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