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에 이르는 병

책/소설 2007. 10. 24. 12:30
살육에 이르는 병 - 10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시공사

저는 감상을 쓰면서 스포일링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게다가 제가 그렇게 심도있고 진지한 평을 쓰는 것도 아닌지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좀 제대로 된 평을 써보고 싶다는 욕구는 있는데, 그만한 시간이 없고, 그러다보니 글쓰기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에 하는 이유는, 이 책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스포일러 없이 감상을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총평을 먼저 쓰자면, "비위가 강한 분께는 추천, 그렇지 않은 분께는 강력 비추천"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 책의 내용은 성도착자의 연쇄살인사건과 관련된 스토리인데, 살인 및 변태적인 행위의 묘사가 상당히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소설이니까 볼 수 있었지 영화였으면 토했을 것 같습니다.

나름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하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서 예의상 접어둡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상당히 안이합니다. 누가 봐도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따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의 시작이 키에르케고르의 글의 인용입니다. 사실 책 전반으로 봐서는 '죽음에 이르는 병'의 유명세에 힘입어보려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서두의 인용 부분을 다시 읽어보았을 때에는 '이거라면 납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키에르케고르의 글을 인용한 것은 이 서두 부분 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만을 위해서 이 책의 제목이 이렇게 정해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단지 이 책은 재미있기만 한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은 미노루, 히구치, 마사코라는 세명의 중심 인물에 의해서 전개되는데, 마사코를 통해서 일본이라는 사회에 들이대는 메스가 정말 가차없는 것 같습니다. 저야 외부인이니까 그저 통렬한 비판이라고만 생각하면서 보았지만, 일본인들은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살인행각보다, 이쪽이 아파서 보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을 읽으면서 (근거는 없지만) 뭔가 묘하게 '작가가 소설을 쓰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게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가마이타치의 밤"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더군요. 저는 "가마이타치의 밤"을 플레이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무래도 플레이해 보아야겠습니다. 오리지널은 슈퍼패미콤이고, GBA와 PS로 이식되었습니다만, 둘 다 지금 와서는 구하기 힘들 것 같다는게 문제이군요. 2편은 PSP로도 나왔고, 3편은 PS2로 나와서 그렇게 구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역시 1편이 해보고 싶습니다. 참고로 2편은 시나리오를 다른 사람이 담당했고, 3편은 다케마루 아비코 시나리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작가의 다른 작품인 '미륵의 손바닥'도 번역서가 나와있군요. 서평을 보니 이 책에는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아마도 The Sixth Sense 이후의 M. Night Shyamalan 감독의 영화들 평이 짯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평이 어쨌거나 읽어볼 예정이니 읽어보면 그 서평에 동의할지 아닐지가 결정되겠죠.

[REF] 아비코반점(我孫子飯店) 작가 다케마루 아비코씨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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