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turbia

약간의 스포일러성 발언이 있지만, "강력 비추천" 영화인지라 '이딴 영화 스포일러 좀 하면 어때?'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싫으신 분은 이 아래를 읽지 마시기를.

제목에 끌려서 보게 되었는데, 대 실패였습니다. 이 영화 보실 분은 그 돈으로 저 밥 사주세요. 왜 이 제목에 끌렸나하면, Domestic Disturbance 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괜찮은 영화인가는 의문입니다만, John Travolta가 출연하는 것 만으로 제 속에서는 한 랭크 평가가 올라가게 되어있는지라. :) 기본적인 설정도 수상한 이웃이라는 점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었구요.

Area 88에서 맥코이 영감님은 "기계는 연결부위만 맞으면 돌아간다"고 말씀하시지만, 이야기는 짜맞춘다고 해서 전체 이야기가 맞아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맞아들어가지 않음을 부각시킬 뿐이지요. 이 영화에서 작은 요소 하나하나는 큰 이야기를 성립시키기 위한 "아이템"에 불과한지라 매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부실함을 강조할 뿐입니다. 후반에 여주인공 Ashley 가 -   여주인공이라고 불러주기도 민망하지만 - 주인공 Kale 의 위기를 구하는 장면은 정말 MMORPG에서 물약 빠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뒤로는 사건 종료시까지 나오지도 않습니다. -_-;

그런지라 이 영화를 "스릴러"로서 기대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특히 후반의 작법은 호러 쪽에 가까운데, 호러로서 잘만들어지지도 못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좌절스러운 면인 것 같습니다. 애시당초 수상한 사람이 하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스릴러가 되기는 글러먹었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짜증났던 것은 또 하나의 중요인물인 주인공의 친구 Ronnie의 찌질함입니다. 저는 이런 멍청한 놈이 나와서 사건을 꼬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친구의 장난'이라는 '사실은 꿈이었다'에 버금가는 안이한 방법으로 이벤트를 넣는 것도 싫고요. 영화 Final Destination 시리즈가 1, 2는 나름대로 재미있었는데 3가 지독하게 구렸던 것도, 1, 2는 워낙에 사건이 황당한지라 어떻게 해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라는 느낌이었는데, 3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워낙 찌질한지라 죽어도 싸다는 느낌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만,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참고로 국내 개봉명은 데스티네이션 1, 2,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었는데, 과연 4편이 제작되면 무슨 제목으로 개봉할지가 기대됩니다. ;p

배우들의 연기도 Mr. Turner 역의 David Morse 외에는 대부분 엉망입니다.  사실 David Morse도 중간에 Ashley를 협박하는 장면같은 부분 보면 능력 부족이다 싶지만, 그래도 출연 배우 중에서는 제일 나았습니다. 사실 전 David Morse 에 꽤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늘 찌질한 역만 맡아서 안타깝더니 16 Blocks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영화 내에서 비중이 있는 역을 맡아도 찌질한 영화에서만 맡는군요. Shia LaBeouf 는 Transformers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도무지 뭘 보고 캐스팅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Ashley 역의 Sarah Roemer 가 Transformers 의 Megan Fox 보다 예뻤다 - 기보다는 제 취향에 더 잘 맞았다가 맞을지도. 하여간에 저는 Megan Fox 의 어디가 예쁜지를 모르겠습니다. - 는 점 정도일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가치라면 Kale 이 Xbox 360으로 GRAW를 플레이하고, iTunes Music Store에서 음악을 구입하는 장면을 통해 요즘의 트렌드를 엿보게 해줄 수 있다는 점 정도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도 썼지만 이 영화 보시려면 그 돈으로 저 밥 사주시는게 훨씬 유용하게 사용하시는 것일 겁니다. :)

그리고, 이 영화 스탭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이 소재를 가지고 강박증과 관음증에 초점을 맞추어 싸이코 드라마 - 이웃 중에 악인은 없고 사실은 주인공의 과대망상이었다는 결말 - 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