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tage Point

영상/영화 2008. 3. 2.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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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반적으로 스포일러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비추하는 경우에는 스포일러 좀 해도 된다는 비뚤어진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후후후.

그리고 이 글을 스포일러를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OTL...

그리고 이 글을 안 읽고 영화를 보실 분을 위해서 한가지만 충고하자면, 트레일러 안 보신 분은 절대로 영화보기 전에 트레일러 보지 마세요. 정보량이 너무 과도하게 많습니다. 트레일러가 스포일러라는 느낌.









그래도 예의상 몇 줄 띄우고. more 기능을 쓸 수도 있겠지만, 저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는 more 따위 쓸 수 없습니다. :(

막판 반전이 제가 평생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싸늘한 반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 납치에 성공한 테러리스트들이 타고 도주중이던 차가 길에서 소녀를 치는 것을 피하려다가 전복됩니다. 수십명 죽인 테러리스트들이 고작 소녀 하나 피하려다! 게다가 마침 그 장소가 방금 모든 실마리를 잃은 - 노출된 테러리스트들은 다 죽었습니다. - 대통령 경호원 눈 앞이었다는. 이거 말고도 우연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싶지만, 관찰자가 8명쯤 되면 그 중 한명쯤 보는 것은 있을 수 있다 싶지만, 이 우연만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소녀를 치고 달아났으면 오히려 의심을 사서 추적당했을테니 피하는게 정상이기는 하겠지만, 그러고 보면 심리적으로 쫓기고는 있었어도 아직 노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과속할 이유는 또 뭐가 있냐 싶은데.

이 영화는 처음에 좋게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퀄리티가 하락해가는 영화였습니다. 그래도 막판 반전 이전까지는 볼 만 했습니다만. 처음 도입부에 방송국 중계차에서 방송 지휘하면서 이 화면 저 화면 전환해서 방송을 내보내는데, 이거 이 영화 컨셉이랑 너무 잘 맞아서 솔직히 감동 먹었습니다. 같은 사건을 시간을 되돌려가면서 몇번씩 보는 영화였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다시 볼 때마다 퀄리티가 하락해간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사건을 보여주고, 이걸 관객이 조립해서 사건을 재구성해서 이해하게 하는 것은 스릴러에서는 매우 유효한 수법 중에 하나이지만, 문제는 이 영화는 이게 누구의 시점인지 명확하게 분리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시점에서 사건을 본다기 보다는 처음에 찔금 보여주고, 그걸 다시 보여주면서 조금 더 보여주고 하는 그런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광고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8번 반복해서 볼 것이라고 예상하시겠지만, 그렇게 많이 반복되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 본 사람에게 8명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 8명 못 채울 겁니다. 아니 채우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일 거라는.

그리고 이거 다음 시점으로 넘어갈 때 비디오 테이프를 되감는 듯한 연출이 있는데, 이거 처음 나올 때는 괜찮았는데, 몇번 하니까 금새 식상해지더군요. 게다가 관객의 텐션이 올라간 타이밍에서 되돌아가니 관객의 텐션이 급강하한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저 같이 아직 안나온게 이번에 나올까 하고 두근두근 보는 관객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영화보면서 그렇게 소리내서 투덜대면 안되죠. 님아 매너 좀. -_-;

몇가지 더 흠을 잡자면, 우선 대통령 경호실이 너무 약합니다. 아무리 양동작전이 있었고, 테러리스트가 특수부대 출신이라지만, 한명한테 10명 넘게 당하고는 대통령을 납치당한다는 건 좀. 게다가 요소요소에 테러리스트들이 잠입해있지를 않나. 이거 본 미국인들은 국가 안보에 대한 불안에 휩싸일 것만 같습니다. :(  저격에 대한 보복을 주장하는 각료들의 요구를 꺾고,  납치되어 가는 도중에 테러리스트들과 격투하는 대통령도 너무 상투적이라서 실망이었습니다.

생각난 김에 이야기하자면 이게 대통령을 저격해서 대통령을 행사장에서 빼낸 다음, 행사장을 폭파해서 다른 나라 수뇌부들을 제거하려는 미국(의 일부)의 음모였다는 스토리거나 했으면 음모론적으로 매우 재미있는 스토리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게 아니면 테러리스트 공격을 위해 우방국을 공격할 명분을 얻어내기 위한 미국(의 일부)의 음모였다는 스토리였어도 그럭저럭 재미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 없다는.

그렇긴 하지는 템포는 괜찮은 편이었고, 카체이스도 괜찮은 편이라서 막판 반전까지는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어이없는 결말이 다 말아먹은 영화였습니다. 그냥 테러리스트 하나 잡아서 족쳐서 대통령 위치 알아내고 구해내는 안이한 결말 쪽이 훨씬 재미있는 영화라는 평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뭐, 관객의 예상을 완전 뒤엎는다는 점에서는 반전은 반전입니다만. 쳇.

마지막으로 하나 더 까자면 이거 트레일러가 정말 스포일러입니다. 사실은 저격당한게 대통령 본인이 아니고 카게무샤였다는 걸 트레일러에서 안 가르쳐 주었다면 꽤 괜찮은 중간 반전이 되었을 텐데요. 스포일러 안되게 만들려면 뭘 보여줘야 하나 싶기는 하지만, 그럼 그냥 모두가 본 부분만 사용하고, 트레일러 길이를 짧게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Die Hard 4 처럼 트레일러에서 중요 액션 부분 다 보고 극장 가서 봐도 재미있는 영화도 아닌 주제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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