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지만 볼 예정은 없던 영화였는데, 회사 땡땡이 치고 팀 신년회 행사로 보러 갔습니다. 저는 더빙판은 이유없이 싫어하지만, 자막판은 디지털이 아니라는 이유로 더빙판을 보았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더빙 퀄리티가 높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만, 노래는 자막 처리되어있는데 영화 첫 부분이 노래로 시작되어서 자막이 나오는 걸 보고 잠시 당황했습니다.
Foot Loose를 기대하고 본 영화였는데, 굉장히 아스트랄한 전개를 보여주었고, 결론은 환경보호영화였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본 영화 중에 가장 스토리 예상이 안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어제까지의 1위는 Deep Rising이었습니다.
중간중간에 참으로 당혹스러운 전개들이 있어서 공포스러웠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문제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바다코끼리 등장장면이나 범고래 등장장면에서 무서워하더군요. 저는 못 봤습니다만, 스탭롤 올라갈 때 앞에 나가서 춤을 춘 - 스탭롤 배경으로 펭귄들이 춤을 춥니다 - 아이가 있다고 하니 아이들은 꽤 즐겁게 본 모양입니다. 하지만 전개가 참 아스트랄한지라, 영화를 중간에서 끊고 거기가 끝이라고 하면 트라우마 생기지 않을까 싶은 부분도 여럿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물속에서 물밖을 보는 장면의 표현이었습니다. 저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는데 -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바다가 좋아서 - 만약에 그런 때가 온다면 이런 영상과 경쟁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참 암담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실사에 근접한 퀄리티로 올라옴에 따라서 만화적 표현의 사용은 굉장히 조심스러워져야 할 것 같습니다. "톰과 제리"에서는 당연한 표현도, 이런 영화에서는 도로에 뿌려진 압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제일 제 마음을 흔든 것은 초반에 엄마 펭귄들은 사냥을 떠나고, 아빠 펭귄들은 알을 품는 장면이었습니다. 요즘 낮에 회사가고 밤에 애보고 하면 개인시간이 지극히 적은지라, 차라리 집에서 애만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어서 조금은 부러운 장면이었습니다.
굉장히 아스트랄하기는 하지만, 초반의 아기 펭귄의 묘사가 너무 귀여우므로 그것만으로도 볼 가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족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애한테 보여주겠냐고 물어보면 좀 고민할 것 같습니다.